'정봉이 패션'이 올봄 트렌드라니!
<응답하라 1988> 속의 정봉이 패션이 S/S 시즌 트렌드라니! 촌스러운 ‘트랙수트’의 재발견.
어딜 가나 <응답하라 1988> 이야기뿐이다. 쌍문동 절친들의 애간장 녹이는 사랑과 그 시절의 노래, 리얼한 동네 배경 그리고 80년대 화장법 등 대중의 추억 돋는 장면들이 즐비하다. 응팔앓이 중인 에디터의 관심사는 극중 80년대 패션. 그중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귀요미 정봉의 쌍팔년도식 ‘추리닝’ 퍼레이드는 얼마 전 2016 S/S 시즌 패션위크 캣워크에 오른 그것과 평행이론을 이루며 눈을 번뜩이게 했다. 이 ‘트랙수트’ 트렌드는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보는 내내 <응팔>의 데자뷔를 일으켰다. 눈이 시릴 것 같은 정봉의 대담한 컬러 매치는 물론 늘어난 고무줄 허리춤에 찔러 넣은 스웨트셔츠와 셸 수트(샤이니한 나일론 소재의 트랙수트)가 이번 S/S 컬렉션에, 그것도 럭셔리 하우스에서 베트멍과 같은 ‘힙’한 영 레이블까지 두루 걸쳐 등장한 것. 어딘가 쿨해 보이는 백수 룩이 트렌드 반열에 오르며 대대적인 귀환을 알렸다. 사실 트랙수트의 유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트랙수트의 패션 히스토리는 운동선수의 웜업 수트로 쓰이던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영화 <사망유희>의 이소룡은 샛노란 ‘추리닝’ 한 벌로 트랙수트를 대중성이란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80년대 초반 올드 스쿨 힙합 그룹 ‘런 디엠시(Run-DMC)’ 역시 촌스러운 트랙수트를 ‘힙’하게 상쇄한 일등공신이다. ‘트랙수트 신드롬’이란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힙합 패션의 주류에 트랙수트가 아이코닉 스타일로 자리매김하면서 제이Z와 미시 엘리어트, 드레이크 등 스타일리시한 래퍼와 뮤지션은 물론 힙합을 추종하는 젊은 세대들은 길게 쭉 뻗은 3선 아디다스 수트와 베르사체의 금빛 메두사가 그려진 트랙수트에 굵은 체인 목걸이를 두른 채 스웨그를 외쳐댔다.
1 트랙수트 신드롬을 일으킨 힙합계의 대모 미시 엘리엇의 트레이닝복 패션.
2 삼선에서 컷아웃 트랙 팬츠까지 다채로운 트랙수트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트레이닝복 마니아 리한나.
3 패리스 힐튼이 추종했던 21세기 초의 트랙수트 패션.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맞춤’하는 것이 대세였다.
4 2000년대 초반 마돈나의 수수한 데일리 패션. 약수터 패션도 마돈나가 입으면 스타일리시해진다.
2000년대 초 트랙수트 열풍의 바통을 이어 받은 할리우드 스타들에 의해 트랙수트는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로 급부상했다(쥬시 꾸뛰르의 번들거리는 벨루어 트랙수트를 기억하는지?). 힐튼 자매, 킴 카다시언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힐러리 더프 등 당시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들은 모자부터 트랙 팬츠, 운동화까지 취향대로 ‘깔맞춤’한 스타일링 코드를 전파하며 트랙수트에 애정을 쏟아부었다. 큐빅 장식 레터링과 트레이닝복의 허벅지와 등판 부분에 프린트된 새는 호사스러운 시대를 장식한 전설의 시그너처로 등극했다. 이에 패션계에서도 트랙수트의 진화가 계속됐다. 하이패션에 안착한 트랙수트는 소재와 디자인의 럭셔리한 환골탈태를 거치더니 지난 F/W 시즌엔 베트멍과 고샤 루브친스키와 같은 젊은 문화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레이블에서 다시 역주행을 이어갔다. 이번 2016 S/S 시즌은 어떤가. ‘응팔’의 정봉이 패션을 통해 데자뷔가 일었던 S/S 시즌엔 90년대가 트랙수트의 판도를 이끌고 있다. 약수터나 고시원에서 볼법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페미닌 터치를 가미한 끌로에나 밥 말리를 모티프로 한 타미 힐피거, 후디 집업을 뒤집어쓴 채 등장한 알렉산더 왕과 베트멍, 장인들의 엠브로이더리를 장식한 구찌의 쿠튀르 트랙 팬츠까지. 트랙의 출발선에서 줄지어 선 트랙수트들이 시동을 걸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에디터나 스트리트 피플들이 드레스업하기 위해 트랙수트를 선택하며 여기에, 매끈한 하이힐과 ‘잇’ 백을 매치하느라 바빠질 게 뻔하다. ‘힙’해지고 싶다면 섹시한 드레스나 시가렛 팬츠 대신 옷장 속에 처박아둔 트랙수트를 꺼내 입어라! 그럼에도 어딘가 2% 부족해 보이는 촌스러운 트랙수트를 어떻게 입어야 할지 난감하다면? 지금부터 말하는 몇 가지 드레싱 아이디어에 도전하시라. 스포츠 브랜드의 베이식한 트랙 팬츠에 화려한 엠브로이더리나 시퀸 장식의 아이템을 매치하거나 볼드한 주얼리로 드레스업해 볼 것. 구찌처럼 시어한 블라우스를 매치하거나 스커트 같은 페미닌한 아이템을 곁들여도 좋다. 만약 끌로에처럼 트랙수트를 풀 착장으로 즐기고 싶다면 스니커즈보단 하이힐을 선택하자. 여전히 감이 오질 않는다면 트랙수트의 찬양자 리한나와 리타 오라의 리얼 웨이를 참고할 것. 고공행진 중인 트랙수트가 인기 반열에 오르는 건 순식간일 테니 말이다. 이제 당신은 트랙수트란 타임머신을 타고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 선택만 하면 된다. 특히 이번 시즌은 두말하면 잔소리. ‘응답하라, 1990년대!’
1 초록색 단벌 트레이닝복으로 꽃바보를 연기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2 컬러플한 트레이닝복 퍼레이드를 선보인 드라마 <글리>의 신 스틸러 배우 제인 린치.
3 웨스 앤더슨의 영화 <로얄 테넌바움> 속에서 새빨간 아디다스 트랙수트를 입은 도플갱어 부자.
(출처:E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