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사람의 눈과 만나다
인간의 오감 중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엇일까. 태아 시절 가장 먼저 발달한다는 청각일까,
아니면 1만 가지의 냄새를 맡고 구분할 수 있다는 후각일까.
답은 시각이다.
청각이나 후각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사람은 판단의 최우선 근거를 눈으로 보는 것에서 찾는다.
옛 선인도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 했으니 말이다.
현대인에게 보는 것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눈 역할을 대신한다. 처음 가는 곳을 찾아갈 때는 스마트폰으로 지도 응용프로그램(앱)을 열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보며 환담을 나눈다.
음악과 사진, 동영상은 물론 시시각각 바뀌는 세계 주식정보도 모두 그 안에 있다.
사람의 판단을 돕는 정보처리 장치는 이렇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까지 왔다.
자, 이제 앞으로는 또 어떤 기술, 어떤 감각이 사람의 생활을 도울까.
구글이 사람들에게 더 편리한 정보전달 수단을 마련해 주기 위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프로젝트 글래스(Project Glass)’, ‘구글 안경’이다.
스마트 안경, 대체 어떤 녀석일까.
구글, ‘구글 안경’으로 시장 열어
아침에 일어나 e메일을 열고 일정을 확인하고 날씨를 확인하는 모습,우리가 매일 아침 하는 일이다.
알람시계를 끄고 책상 위나 침대 밑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주워 e메일과 날씨 앱을 눌러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구글은 이보다 더 편리한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편리하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을까.
눈앞에서 길안내를 받고 날씨를 확인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구글이 구글 안경으로 투사한 차세대 모바일기기의 미래다.
구글은 안경처럼 쓰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눈에 걸친 안경알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사용자가 필요한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안경이다.
구글이 지금까지 공개한 정보를 보면, 안경은 안경다리에 탑재된 터치패드로 조작한다.
안경에 비치는 화면은 한 장씩 구성된다.
구글은 이를 ‘타임라인 카드’라고 부른다. 카드처럼 한 장씩 넘겨 보라는 뜻이다.
화면과 길을 번갈아 보며 목적지를 찾을 필요가 없고,
어색하게 스마트폰 화면을 눈앞에 두고 영상통화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안경만 쓰면 마치 눈앞 도로에 화살표가 그려진 것처럼 내비게이션을 활용할 수 있고,
멀리 있는 친구도 바로 앞에서 마주 보는 것처럼 통화할 수 있다.
손톱 만한 안경알이 너무 작아 불편하지는 않을까.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구글 안경의 화면은 사람 눈앞 2.4m 앞에 25인치 모니터를 달아 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단다. 시야를 방해하지도 않고 너무 작아 보기 어려운 수준도 아니라는 얘기다.
구글 안경은 마치 카드를 한 장씩 넘기는 것 같은 사용자조작환경(UI)를 지원한다
안경과 모바일기기의 결합이 독특해 보이지만, 사실 구글 안경은 지금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는 첨단 기술의 총체다. GPS 등 위치추적 기술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기술과 구글 안경이 위치를 찾는 기술은 똑같다.
음성인식 기술은 또 어떤가.
구글 안경은 터치 조작 외에 사람의 말로도 이용할 수 있는데 대기 상태인 구글 안경을 깨우는
마법의 한마디는 “오케이 글래스(OK, Glass)”다.
음성인식 기능은 애플의 지능형 음성인식 기능 ‘시리’와 구글의 스마트폰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전략적인 새 제품을 비밀리에 개발한다.
그런데 구글은 세상에 낱낱이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스마트 안경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먼저 뛰어든 기업이 많다.
스포츠용품 전문업체 오클리가 가장 먼저 구글을 따라잡았다.
오클리의 ‘에어웨이브(Airwave)’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에어웨이브는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스키, 스노보드 마니아를 위한 스마트 고글이다.
에어웨이브 고글에는 와이파이와 GPS, 블루투스 기능이 들어가 있다.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디지털 화면은 고글 안쪽에 배치돼 있다.
오클리의 설명에 따르면 화면 크기는 약 1.5m 앞에 14인치 크기의 모니터를 둔 것과 같단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담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고글을 쓴 스노보더의 위치와 바깥의 온도,
점프한 높이와 체공시간까지 측정해 준다.
스노보드를 타고 이동한 거리를 누적해 알려주는 기능은 기본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창 속도를 즐기는 중간 전화를 받을 수는 없는 법.
에어웨이브는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오면 대신 받아준다.
문자메시지도 대신 받아주고 미리 등록한 친구의 위치도 찾아준다.
구글 안경이 모든 상황, 모든 이들을 위한 차세대 스마트 안경이라면
에어웨이브는 그야말로 겨울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고글이다.
스마트 안경 받아들일 준비 됐나
이미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얼굴에 안경처럼 쓰는
모바일 기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더 준비할 필요가 있다.
법과 도덕, 그리고 사용자가 쓸 준비가 덜 됐다는 뜻이다.
스마트 안경이 불러올 사생활 침해 논란이 뜨겁다. 특히 구글 안경이 그렇다.
캐나다와 스위스, 이스라엘, 호주, 멕시코 등 유럽과 남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정보보호 당국이 구글 안경의 사생활 침해 문제에 답변을 해 달라며
래리 페이지 구글 CEO에게 공동 서한을 띄운 일까지 발생했다.
구글 안경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촬영한 사진은 즉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안경형 제품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사진에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와 달리 사진을 찍기 위한 특별한 동작과 기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보보호 당국은 구글 안경의 얼굴인식 기능과 다른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 구글 안경으로 얻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을 문제로 꼽았다.
구글 안경이 불러올 법과 도덕, 윤리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은 패션 아이템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안경은 패션 아이템이다.
안경은 얼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가장 눈에 잘 띄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구글 안경이나 다른 스마트 안경이 일반 안경보다 매력적일까.
디자인에 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의견은 “아니오”다. 애플의 수장 팀 쿡 CEO가 이를 잘 지적했다.
“저는 안경이 필요해서 안경을 씁니다.
하지만 안경이 필요 없는 이들이 구글 안경을 쓰려고 할 지는 의문입니다.
구글 안경은 가벼워야 하고, 패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절제돼야 할 것입니다.”
스마트 안경을 바라보는 팀 쿡 CEO의 의견은 회의적이다.
안경을 쓰지 않는 이가 과연 안경형 모바일 기기를 쓸 것인가 하는 점, 그리고 패션에 관한 문제다.
안경을 쓰는 이들에게 안경은 패션의 일부분이다.
안경을 고를 때, 안경원에 가서 거울에 몇 번이나 얼굴을 비춰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얼굴에 어울리는 안경을 쓰고 싶어한다.
과연 구글 안경이나 스마트 안경이 사람들의 이 같은 기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기술보다는 패션이 더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출처: 블로터 ww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