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이름
'아버지'라는 이름 세 글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막연히 '아빠'라는 이름보다 묵직한 '아버지'라는 이름.
오늘 유난히 생각나는 글자였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술'이 함께 떠오른다.
그만큼 우리 아버지는 술을 달고 사셨다.
일이 끝나면 소주, 기분 좋으면 소주, 기분 나빠서 소주,
무조건 아버지의 삶에는 소주가 함께 있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여러번의 사업 시도와 실패.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짊어질 막연한 책임감.
이 모든것들을 감당해 내려면 '소주'라는 친구가 필요하겠지.
그렇게 아버지는 평생 주어진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해나가고 계셨다.
그러다 너무 무리를 했는지, 두 다리에 무리가 와서 이제는 제대로 거동을 못 하신다.
그렇게 두다리와 바꾼 아버지의 가족 부양비는
고스란히 아내에게 그리고 자식들어게 스며들어,
'가장'이라는 자리를 아내와 자식들에게 내주고
보살핌이 필요한 '아버지'가 되셨다.
몇 해가 지나도 자식들에게 '용돈'받아서 생활 하는게 어색하신지,
옹돈 받는 날이 되면 멋쩍은 웃음만 보이시는 아버지이다.
그래서였을까?
어느날 아버지가 늦게 들어오신 적이 있었다.
좋지도 않은 두 다리로 어딜 그리 다니셨는지,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더 안좋아진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 오늘 어디가서 뭘 하셨길래 그렇게 아파하세요?"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쓰지마."
그렇게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시고 난 뒤에,
조용히 엄마는 우리에게 와 이야기를 꺼내신다.
"니 아부지, 저 안좋은 다리를 해가지고 아파트 경비한다고 그런다 글쎄,"
그랬다.
아버지는 자신이 자식들에게 괜한 짐이 될까.
집 구석에만 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가 될까.
그런 것들이 두려워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구직활동을 하고 계셨다.
한 평생 몸 바쳐, 한 가정을 이끄신 아버지.
이제는 그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
제게 주시고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주세요.
(출처: brunch_mysuper. google images. youtube_우루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