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의 노랑 빛, 황수정
누가 보기에도 황옥보다 더 아름다운 황색을 가진 돌이 있다. 바로 황수정이다. 그러나 황수정은 황옥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분명히 나는 돌이다. 황수정(Citrine)은 석영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외견상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그 차이가 미미하다. 그러나 가격으로 비교하면 그 차이는 바로 나타난다. 황수정은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차이는 경도인데, 황수정은 석영의 일종이기 때문에 경도가 7 정도로 단단한 물건에 긁히면 자국이 남을 수
있다. 반면 황옥은 경도가 8로서 훨씬 더 단단하다. 경도의 차이가 1이라고 해도 절댓값으로 계산하면 그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황수정이라는 이름은 이 돌이 갖고 있는 투명한 레몬의 황색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 돌의
굴절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밝은 광채를 띠는 것보다는 그저 따뜻한 감을 주는 그런 노란색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황옥의 굴절률은 황수정보다 높아 같은 색조를 띠는 돌이라면 황옥의 경우 더 훌륭한 광채를 띠게 된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노란색의 보석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지만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에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매우 고가의 보석들로
아무나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석이나 크리소베릴도 노란색으로 산출되기도 하지만
녹색을 띠는 황색으로 흔히 산출된다. 레몬의 노란색으로 산출되는 것은 황수정 말고는 없다.
물론 황수정이라고 해서 흔하게 산출되는 광물은 아니며 자연산으로 훌륭한 색을 갖는 돌의 산출은 더욱 희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만들어진 자수정이나 연수정이 마그마가 관입할 때, 그 접촉부에서 마그마가 내뿜는 열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돌이 황수정이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그런 조건에 자리하고 있는 연수정이나 자수정의 양도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결정구조 내에 들어간 미량의 철도 이런 황색을 내게 하는 원인 물질이다. 이런 색을 띠게 만드는 원소들을 발색소라고
부른다. 황수정을 대중이 알아주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닌 1930년대에 들어서이다. 이때부터 브라질과
우루과이로부터 다량의 자수정과 연수정이 유럽으로 유입되었다. 유럽의 보석가공업자들은 이 돌을 470~560°C 사이의 온도로 가열시키면 황수정으로 변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무나 이 온도에서 가열시키면 황수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숙련된 기술자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수정이나 연수정을 열처리하여 만든 황수정은 천연의 황수정보다 오렌지색이나 적색을 띠는 경향을 보인다.
자수정으로부터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진 황수정에 원자로에서 베타선을 조사시키면 원래의 자주색으로 돌아간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여 반은 자수정이고, 반은 황수정인 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아메트린(Ametrine)이란 이름을 붙여
보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부터 남서쪽으로 800여 km 지점에 지구의 열점이 만든 화산섬으로 장경이 50여 km인
마데이라(Madeira)가 있다. 이 섬은 대서양 바닥으로부터 6km나 솟구쳐 올라와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이곳은 포르투갈의 자치령으로 독특한 포도주가 생산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효된 포도즙을 50°C 정도의 온도에서
반년 정도 숙성시킨 후 브랜디를 혼합한 것이 마데이라 포도주이다. 그래서 이 포도주는 농염한 황갈색을 띤다.
바로 이런 색을 띠는 황수정은 ‘마데이라 시트린’이라고 부른다. 이름은 붙이기 나름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에서 황수정의 공급은 상당히 증가하게 되었다. 드디어 유럽의 숙녀들이 황옥과 같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황수정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유행은 빠른 속도로
대중 속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정작 시작은 골드 토파즈(Gold topaz)란 잘못된 이름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이제 보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이름은 잘못된 것이며, 토파즈(황옥)가 아니라 황수정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황수정은 11월의 탄생석이다.
(출처:보석, 보석광물의 세계, google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