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부츠, 트렌드의 중심에 서다
어떤 분야든 중도(中道)를 지키는 건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부츠 길이를 논할 땐 환영받지 못했다.
올 겨울 드디어 극단적으로 길거나 짧은 부츠를 제치고 미디 부츠가 트렌드 중심에 섰다!
펠비지 ( Pelvage, 골반을 의미하는 'Pelvis'와 가슴골을 의미하는 'Cleavage'의 합성어로 가슴골을 드러내듯 훤히
드러낸 골반뼈), 사이드 부브 ( Sideboob, 오버사이즈 민소매 사이로 보이는 가슴 옆쪽), 언더벗 ( Underbutt,속옷
못지않게 짧디짧은 마이크로 쇼츠를 입었을 때 살짝 보이는 엉덩이의 아랫부분) 등등. 패션은 늘 우리 여자들의
몸에서 새로운 부위를 지목해 별명을 붙이길 좋아한다. 이번 시즌 위대한 발견은? 바로 '미드 카프 (Mid Calf)',
발목 위, 무릎 아래의 어디쯤이며 종아리 중간 부분 정도를 의미한다. 사실 그동안 이 부위는 패션 관점에서
주목 받지 못했다. 굳이 내세울 이유가 없는 위치였기 때문. 그러나 이곳으로 시선을 끌게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디부츠. 앵클 부츠라고 하기엔 꽤 길고, 롱부츠라고 하기엔 살짝 짧은 애매모호한 길이의 부츠가 올겨울
거리를 점령할 전망.
알렉산더 왕의 플랫폼 레이스업 버전부터 스웨이드 소재로 자연스럽게 주름이 지는 지암바와 캘빈클라인,
토 오픈과 기하학 굽이 독특한 마르니, 산뜻한 색감을 더한 아크네 스튜디오와 스텔라 맥카트니를 보시라.
다들 각양각색의 소재와 컬러, 디테일의 미디부츠를 마련했다. 공통점이라면? 아직 우리 여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애매한 길이의 부츠에 다소 투박한 굽과 둥근 앞코를 더했다는 사실. 날렵한 스텔레토 버전이었다면
디즈니 만화속 요정, 혹은 피에로의 신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투박한 느낌을 살린 덕분에 오히려 클래식한 듯
동시대적 느낌이다. 또한 여러 브랜드의 커머셜 라인에선 프린지를 장식하거나, 양털을 더하거나, 레오파드 문양을
입히거나, 관능의 뱀피를 활용하거나, 레인 부츠에서 모티브를 얻는 등 여러 방식으로 미디부츠를 준비했다.
문제는 종아리 딱 중간에서 끊기는 미디 부츠가 다리를 시각적으로 분할시키기에 자칫 하체가 짧아 보일 수 있다는
것. 길고 늘씬한 모델들조차 다리가 약간 짧고 굵어보이게 만드는 미디부츠를 평범한 우리가 소화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규칙만 기억하면 가능하다. 우선 미디 부츠의 실루엣이 관건이다. 완벽한 각선미를 지닌 경우가 아니라면,
다리에 딱 붙는 디자인보다 살짝 여유있는 것을 고르는게 좋다. 디올 가을 컬렉션의 페이던트 부츠, 혹은 아크네
스튜디오 봄 컬렉션의 니트 부츠는 스타킹을 신은 듯 다리 선에 쫙 붙는다. 물론 트렌디한 선택이긴 하지만,
미디부츠를 이런 스타일로 고를 땐 다리가 더 굵어 보인다는 현실을 감안해야한다. 좀더 늘씬한 착시 효과를 노리고
싶은가? 전체적으로 여유있는 실루엣 보다는 발목은 타이트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V자 실루엣이
해답이다. 또 좋아리의 가장 퉁퉁한 지점까지 올라오는 것만큼은 피하시길, 그 지점에서 딱 끊기는 순간, 부츠 아래
숨겨진 부분조차 그 굵기라고 상상되니까.
그렇다면 미디 부츠는 어떤 룩과 매치하는게 상책일까? 실패할 가능성이 없고 가장 수월한 스타일링 방법은 미디
스커트와 함꼐하는 것이다. 빅토리아 베컴은 무릎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미디 드레스, 혹은 미티 코트와 매끈한
가죽 소재의 미디 부츠를 매치해 맨다리를 슬며시 드러내도록 조언했다. 평소 추구하는 스타일이 미디 스커트
특유의 여성스럽고 우아한 느낌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무릎 위,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A라인 미니스커트를 추천
한다. 다리의 노출 면적이 늘수록 전체적으로 길어 보이니까. 물론 엄동설한에 맨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돌아다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스타킹이나 레깅스를 함께 매치할때는 최대한 비슷한 톤으로 선택해 다리가 분할되는 느낌을
최소화 하는게 중요하다. 대신 다양한 소재 조합을 이용해 좀 더 재미있는 스타일링을 시도할 수 있다. 이를테면
검정 가죽 미디 부츠에 검정 그물 스타킹, 그레이 스키니 진 혹은 검정 라텍스 레깅스등을 매치하는 식이다. 올겨울
부츠 쇼핑을 계획하고 있나? 무엇보다 중요한 태도는 '중도'를 지키는 것이다.
(출처:V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