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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대하는 자세

2015.12.30 18:28
기타 조회 수 246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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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많이 덤덤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연말만 되면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진다. 가게 곳곳은 또 한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하철역까지 걷는 10분, 항상 커다란 교회 앞 번쩍번쩍한 트리를 마주하곤

하는데, 25일이 지나자 어느새 '메리 크리스마스'가 '해피 뉴 이어'로 바뀌어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내감정도

빨리빨리 바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니까 어서 즐겨, 이제 연말이니까 슬슬 마무리해야지,곧

2016년인데 새해 다짐은 했어? 거리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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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수많은 생각들을 오고 갔던 한 주가 지나고 연휴의 아침이 밝았다. 아직 주말이 남아있단 사실 만으로 이불 속

보들보들한 촉감이 몇 배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미뤄뒀던 늦잠을 푹 자고 느지막이 나와 점심을 먹었다. 역삼동에

있는 대게집에 가 볼까 했지만, 결국 30가지 정도 되는 메뉴를 몽땅 꿰고 있는, 익숙한 가게에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훈제연어와 월남쌈만 두 접시를 먹었다. 이럴 거면 쌀국수집에 갈 걸 그랬나.아냐아냐, 그래도 여기가 조금씩 여러

가지 맛보기제일 좋잖아. 우린 저번과 같은 대화를 했다.

 

두둑이 배를 채우고 나와 근처 쇼핑몰을 한참 돌아다녔다. 다음 주부터 추워진다는 말에 히트텍 두어벌, 원피스도

몇벌 샀다. 이거 예쁜거 같지 않아? 라는 물음에 너 이런거 제일 많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냐, 그건 붉은빛이고

이건 푸른빛이잖아, 달라. 사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미묘한 차이였다. 똑같은데, 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옷을 샀다. 이번엔 원색으로 사려고 했는데, 조금 다른 디자인으로 사보려고 했는데, 입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결국 익숙한 걸 골랐다. 뭐, 어찌 됐든 새 옷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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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마친 후, 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집에 잠시 들러야 할 일이 있다고 해 그동안

염색을 하고 오겠다 헀다. 2개월째 뿌리 염색을 미루고 있었다. 작년이었나, 오픈 기념 할인 행사를 한다기에

들렀던 곳이 불현듯 떠올랐다. 디자이너는 개인정보를 쓱 훑어보더니 1년만에 오셨네요,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20개가 넘는 다양한 컬러를 보여주며 어떤 색상을 원하는지 물었다. 얼마 전,회사 동료가 했던 컬러가

생각났지만 이내 전체적으로 색감만 맞춰주세요, 했다.

 

"늘 이 색상으로 하시나봐요. 고객님 피부색엔 붉은 계열이 더 잘 어룰릴 텐데요."

 

디자이너는 염색약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전에 갔던 미용실에서도 같은 말을 했었는데, 한 번도 해본적 없어

망설여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그냥 아까 그 컬러로 해주세요,대답했다. 새카만 본래 머리색을 약간 밝게

해주는 정도면 될 것 같았다. 1시간 30분 가량,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하시는 일은요, 사는 동네는 어디에요,

익숙한 대화가 오고 갔다. 그는 염색이 끝난 후, 헤어 끝부분에 컬을 넣어주며 다음엔 붉은 계열로 꼭 한번

해보세요, 상술이 아니라 진짜예요, 새로운 컬러에도 도전해봐야죠, 또 한 번 말했다. 네, 2달뒤에 다시 올게요,

대답했지만 또 같은 컬러를 고르리란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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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1년동안 쳐다도 보지 않았던 옷들을 싹 정리하고, 새 옷을 걸었다. 색상이 조금 더 선명해지고

재질이 조금 더 빳빳해졌을 뿐, 사실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아니면 잘 모를, 미묘한 차이였다.연말의 설렘을

빌려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했는데, 하루를 되돌아보니, 점심 메뉴와 새로 산 원피스, 헤어 컬러까지. 사실 달라

진 건 하나도 없었다. 선택지에 새로운 것들이 있긴 했지만 결국 익숙한 걸 택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건 멀리하게

됐다. 나름대로 내게 맞는 것들을 잘 찾아온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변화를 줘도 괜찮긴 하겠지만 지금 이대로도 나쁘

지 않잖아. 이래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건가, 싶었다.

 

말끔해진 책상에 앉아 시간에 떠밀려 억지로 구입한 새 다이어리를 뜯었다. 1월 1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작년과는

조금 다른 계획들을 적었다. 헬스장 등록하기, 새로운 취미 찾기, 매년 적었던 그런 것들 말고- 나를 완전히 바꿔야 할,

혹은 내가 완전히 달라져야 할 그런 것들이 아닌 실현 가능한, 예측 가능한 것들로, 대신 어느면에서든 올해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기로, 소박한 바람들로 1월을 채웠다. 완전히 바꾸지 않더라도,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출처:brunch_그럼에도 불구하고,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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