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의 화려한 변신, 적철석
인류의 문명을 유지시켜 주는데 이 돌만큼 공헌을 한 돌은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적철석(Hematite)이다. 이 광물의 화학식 Fe2O3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철이 70%나 들어 있는 이 광물은, 철광의 주요한 원료광물로 사용된, 현대문명의 근간이 되는 물질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돌의 이름은 바로 그리스어로 ‘피’를 뜻하는 haima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적철석이 가지고 있는 색으로부터 기원된 것이다. 이런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이는 로마 시대의 박물학자이자 군인이었던 대 플리니우스이다.
이 광물의 분말은 의례 적색을 띤다. 그렇지만 이들이 괴상의 큰 결정으로 산출될 때는 적갈색에서 흑색의 금속광택을 갖는 광물로 산출된다. 그래서 한때 영국에서는 이 돌을 블러드스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이 돌은 과거 출혈을 멈추게 하는 부적과 같은 역할을 해 준다는 전승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아직도 사람들은 정신을 지배하는 돌로 믿고 있어 정신력을 맑게 해 주고, 균형감각을 유지시켜 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돌을 처음 보석으로 사용한 기록은 기원전 1900~1300년대의 바빌로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이 돌을 인장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 이집트에서는 흥분상태를 완화시켜 주는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어, 치료석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로마 시대의 전사들은 전장에서 자신을 보호해 주는 부적으로 사용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 후에도 상복(喪服)에 이용되는 보석으로, 특히 20세기 초에는 적철석(헤마타이트) 인탤리오로 만든 넥타이핀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이 광물의 구슬로 만든 목걸이나 팔찌가 활용되고 있다. 검은 금속광택이 나는 적철석은 한때 러시아에서는 ‘검은 다이아몬드’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반지나 펜던트로 가공된 이 돌은 러시아 황제에게 진상되었던 귀중한 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돌이 장신구로서 갖는 단점은, 비중이 5.26 정도로 매우 높은 무거운 광물이기 때문에 이를 장기간 착용하면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무지개빛 영롱함을 나타내는 적철석 자연 결정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무게를 고려해서 납작하게 만든 장신구들이 다른 돌들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독특한 개성 때문에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과거, 거울이 보편화되기 이전 광택이 나는 이 결정의 연마된 면은 거울의 대용품으로 사용됐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돌은 장식용의 작은 소품을 조각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돌은 보통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각을 구성하는 네 번째로 풍부한 원소가 바로 철이기 때문에, 이 돌은 여기저기 세계 곳곳에서 산출된다. 특히 철광산이 있는 지역에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광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괴상의 큰 적철석 결정은 아무 곳에서나 나오는 돌은 아니며, 영국, 미국, 캐나다, 브라질 그리고 베네수엘라에서 주로 산출된다.
제철소 용광로에서 철이나 만드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돌이 이런 용도로도 사용된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철광석을 이루는 광물이 보석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적철석이라는 이름 때문에 적색의 돌을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정작 보석으로는 흑색의 결정을 사용한다.
(출처:보석, 보석광물의 세계, google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