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 아버지
어머니란 말을 떠올릴 때면 아름답고 따스한 기억들이 많았다 .때로는가여운 모습도 있었지만 투정 부리며 기대고 싶은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곧잘 돌보고 싶은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어머니보단 엄마라는 표현이
익숙했다. 어머니란 말에는 늘 수많은 기억들과 감정들, 감동 같은 것들이 스쳐갔다.
아버지란 말은 생각해보면 띄엄띄엄 단편적인 기억드리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억의 대부분은 무뚝뚝한 그리움이었던
것 같았다. 과묵하신 모습, 넓고 단단한 어깨, 버팀목이자 가장이셨으며 집안의 중심에는 늘 아버지가 계셨다. 언제나
태산 같은 존재의 모습이 아버지였다.
그러다 어느날 아버지의 어깨가 처져 보인 날이 있었다. 아마도 아빠가 아닌 아버지라 부르게 된 그 무렵 어디쯤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화살처럼 흘렀다. 당신의 이마로 눈가로 짙어져 가는 주름이 짙어져만 갔다.
스스로 먹고 살 궁리를 하게 될 무렵에는 이 각박하고도 험난한 세상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어디쯤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당신께선 이 차갑고 외로운 사회란 곳에서 어찌 몇 십년이고 버티고 사셨을까. 태산이 앞산이 되었고 앞산이 언덕이 되었으며 언덕은 이내 작은 둔턱처럼 변했다. 태산처럼 높아 볼 수 없던 아버지의 얼굴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란 말에 약함이란 말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만큼 강인한 분이라 믿었다. 의심한 적 없었다. 아버지란
그런 분이셨으니까 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란 말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무섭고 강직한
갈라잡이가 아니었다. 거대한 존재가 아니라 '제발 그대로 변치 말아 달라.' 하는 기도와 함께 그리움이툭툭 떨어지는
말이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란 말에서 외로움이 느껴졌다. 어릴 적 아버지가 오시면 이불 덮고 자는 척 했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아버지란 말에는 회색빛 그리움이 있다.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는 것처럼 내 마음속 아버지란 말에는 회색빛 하늘이 머물렀다.
(출처:brunch_류시월,google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