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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기억의 스펙트럼, 그리고 행복의 조건. 3

2016.01.15 19:33
기타 조회 수 1641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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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아첐다. 기쁨이의 머리가 파란색이었음을. 영화를 볼떄는 몰입하느라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다른 감정들과 달리, 기쁨이만은 색깔이 두개다. 얼굴과 몸은 노란색, 머리는 파란색.

 

앞서 말했듯 기쁨과 슬픔은 뗼레야 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다. 픽사 제작진은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영화의 메세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틀림없다. 기쁨이의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감독이 의도한

메세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기쁨을 극대화시켜주는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물론 지나치게 슬픔에만 빠지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일컫어지는 기쁨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감정이든,그 감정에만 지나

치게 몰입하는 것은 감정의 건강상태를 망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감정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선 슬픔은 환영받아야 한다. 그것은 기쁨이 생겨나게 하는

통로이자, 우리가 기쁨을 기쁨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비교 감정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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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라는 감저잉 없다면 우리는 기쁨을 인지 할 수 없다. 이는 24시간 밤만 계속된다면 낮이 무엇인지, 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성경의 창세기 1장을 보면 그 유명한 천지창조 부분에서 하나님은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신다. 밤이란 낮의 반대

말이 아니라 ,빛이 없음을 뜻한다. 빛이 있고,없는 것에 따라 우리는 밤과 낮을 구분하고 인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슬픔은 기쁨이 없음이고,기쁨은 기쁨이 있음이다. 그래서 우리가 기쁘기 위해서는 기쁨이

없는 상태, 즉 슬픔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그것을 기쁨이 캐릭터 머리색이 슬픔이와 같은

파란색으로 표현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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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이야기 자체로도 심플하고 쉽게 볼 수 있지만, 캐릭터 디자인, 설정, 스토리 등 하나하나가

굉장히 상징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렵게 꼬아내지 않고,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상징으로 풀어낸 것이

놀랍다.

 

 

상상려고가 기발함, 은유와 상징, 메세지까지 모든 면에서 <인사이드 아웃>은 애니메이션 신화를 다시 썼던

<겨울왕국>보다 그 완성도와 깊이에서 한 수 위다. 순간의 재미와 임팩트 면에서 노래를 앞세운 <겨울왕국>이

강할 수 밖에 없으나, 기발함으로 모두를 당연하게 설득시키는 능력과 쉽게 이해시키는 능력에서는 <인사이드

아웃>이 앞선다. 재미 뿐만 아니라 철학과 심리학까지 아우르는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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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봉'이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겨울왕국> '올라프'보다는 매력이나 임팩트가 약한 감이 없지 않지만, 빙봉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많은 해석과 상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있다. 기쁨이와 슬픔이와 함꼐, 다른 감정

보다도 비중이 높게 다뤄진 빙본ㅇ은 우리의 어린시절 자아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때문에 라일리가 성장하기 위해서 빙봉은 스토리 흐름상 애당초 사라져야 할 운명이었다. 관객 또한 이미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지만, 아마도 속으로는 우리 모두 예견했던 흐름이었다. 그럼에도 빙봉이 사라질

때 많은 이들은 아파했다. 어떤 관객들은 울었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는 빙봉, 즉 우리의 어린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모든 감정을 자유자재로 느끼고 보여주는 데 제약을 받지 않았던 그 시절이 행복했기에.

 

 

빙봉은 라일리와 함께 달나라로 가야한다고 외친다. 어린 시절 우리가 꿈꾸던 미지의 세계, 수시로 바뀌지만 그

자체로 즐거웠던 꿈들. 자라면서 어느 순간 잊어버렸던 그 꿈들은 우리 마음속에 있던 빙봉이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라지면서 함꼐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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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봉은 그리워하고 빙봉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면서도, 우리는 빙봉을 되살릴 수 없다. 되살려서도 안된다.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아야 아름다운 법, 지금 시점에서 빙봉을 다시 꺼내든다면 그것은 아름답기보다 비정상

적인 것으로 변형되고 말 것이다.

 

어린 시절이 아름다운것은 그 시절에 적합한 상태로 우리가 느꼈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라서는 현재 상황에

맞는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라일리의 마음속에 유년 시절의 성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성들이 건설

되었던 것처럼.

 

그런 점에서 <인사이드 아웃>은 무조건 어린시절이 좋았어를 주장하지 않는다. 옛날이 그리운 것은 맞지만, 그

시절은 그때의 추억으로서 간직할 때 아름다운 거라고 주장한다. 아쉬워도 빙봉이라는 유년시절 자아에게 이별

을 고하고, 대신 빙봉과 돈의했던 달라라로 가는 꿈을 꿈이 아닌 기억으로 간직해두기를 영화는 권하고 있다.

 

우리는 간혹 어린시절의 자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의 자아는 어린시절에는 분명 어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 빙봉을 버리지 못한 사람의 자아는 건강하지 않다. 어쩌면 나 또한 떠나보내기가

싫어서 억지로 빙봉을 잡아두고 있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빙봉을 이제는 완전히 놓아주어야 할 것이다.대신

핵심기억 구슬과 빙봉과의 추억을 넣어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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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처리반의 존재도 흥미롭다. 영화 속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억 처리반 캐릭터들 또한 기쁨이와 슬픔이가

라일리의 기억을 관장하여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억 처리반들에 의해 영원히 무의식속으로 사라져버린 내 기억의 구슬들이 궁금해졌다.내안의

기쁨이와 슬픔이가 선별하지 않고 걸러낸 기억들인 만큼 나의 행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기억들일 거라고

믿고 싶지만,어쩌면 기쁨이와 슬픔이가 미처 선별해내기 전에 기억 처리반 맴버들이 실수로 처리해버린 기억들도

있을 가능성도 있을 테니까.

 

 

그 기억들을 과연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어느날 문득 나도 모르게 갑자기 생각나는 과거의 일들을 이처럼 실수로

처리되어서 무의식의 감옥에 갇혀있던 기억들이 다시 핵심기억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겠지. 그 뒤에는 나의 기쁨이

와 슬픔이가 활약했을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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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지난 여름에 봤지만, 겨울에도 여전히 생각나는 영화다. 아마 앞으로도

두고두고 보고 또 보고싶은 영화일 것이다. 설정의 기발함과 창의력에 놀랐고, 심도 있는 메세지와 놀라운 상징

들에 놀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모두를 끌어들이는 재미가 있음에 또 놀랐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할리우드의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부러웠고, 이런 아이디어는 우리도 발굴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에 아쉬웠다.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유래없는 호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발한 발상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메세지를 녹여내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영화의 재미와 기발한 상상력에 웃음이 났다. 한편으로는 아련했다.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사라져간 빙복을 추억하니,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가슴 한 편이 먹먹했다. 어떤 관객들은 빙봉 떄문에

울기도했다. 초반에 라일리의 핵심 기억을 마구 던지는 슬픔이 떄문에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고,기쁘모가 슬픔이

이탈한 본부에서 고분분투하는 나머지 감정들을 보며 걱정과 기대도 들었다.

 

영화속 감정들만큼이나 다양한 내 안의 감정들이 반응하며 볼 수 있었던 <인사이드 아웃>덕분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행복했었나보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억할떄면 행복 할 것이다. 다양한 감정들이 자유롭게 반응하면서

볼 수 있었던 모처럼의 영화였기 떄문에 말이다.

 

 

 

(출처:brunch_피아비키,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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