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내 피부 이렇게 망쳤다!
데님 셔츠는 갭, 밴드 브리프는 아메리칸 어패럴.
잠은 인생의 사치가 아니다
“잠은 인생의 사치입니다. 4시간만 자면 충분합니다.” 지직거리는 흑백 화면 속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잠이 안 와 겨우 4시간 정도 잔 다음 날은 정말 죽을 맛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분명 풀메이크업을 했는데 안색이 좋지 않다는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 대체 잠은 왜 하루만 못 자도 곧바로 얼굴에 티가 나는 걸까? 간단하게 말하면 잠을 자는 동안 정신도, 피부도 정화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가 인체 생리 리듬이 가장 음적인 시간대라고 이야기한다.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피부의 탄력을 관장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생성되는 등 몸의 순환과 피부 재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때라는 것. 가끔 답이 없는 문제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단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이 한층 깨끗해진 느낌을 받는다. 이는 잠자는 동안 책꽂이에 순서대로 책을 꽂듯 뇌에서 혼란스러웠던 기억들을 정리하기 때문. 실제로 2000년대 전반 독일 뤼벡 대학의 연구 결과, 8시간 동안 충분히 잠을 잔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같은 문제를 20% 더 빨리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잠을 자지 못한 집단은 계속 같은 방법만을 고수해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 피부 역시 마찬가지다. 뇌가 계속해서 깨어 있는 렘(REM) 수면이 아닌 비렘 수면 상태에 빠져야만 세포의 재생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보통 어른의 수면 시간(6~8시간)을 기준으로 겨우 90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피부는 각질 세포의 분열을 촉진시키고 모세혈관의 순환을 활발하게 해 피부 보호막의 삼투압작용을 촉진시킨다. 제시간에 잠을 푹 자는 것만으로 피부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또 피부 재생 타임 직전과 직후에 어떤 아이템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피부의 급을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을까. 어떤 잠이 잘 자는 잠일까. 이 골든타임을 제대로 잡기 위해 먼저 수면 클리닉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불면의 밤, 내 피부 이렇게 망쳤다!
잘 자지 못하는 사람들의 ‘잠’을 진단해보았다.
CASE 1 수면제를 먹고 푹 잤는데 피부는 여전히 칙칙해요
“수면제가 중독성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어요. 그래서 교대근무 때문에 아무리 잠을 못 자도 수면제는 먹지 않으려 했죠. 최근 TV에서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생약 성분을 담은 수면제 광고를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어서 잠이 안 올 때마다 먹기 시작했더니 거의 매일 먹는 수준이 됐어요. 이상한 게 저는 그 약을 먹은 이후 그전보다 정말 푹 잔다고 생각하거든요. 머리도 개운하고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자꾸 안색이 안 좋아졌다고 해요.” 3교대 근무 전문가 간호사 C
SPECIALIST SAYS 잠에 집착하지 마세요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잘 잔다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 수 있어요. 수면제를 먹었으니 잠이 잘 올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거죠. 혹은 밤 동안 뒤척였던 것을 뇌가 기억하지 못해 다음 날 잠을 잘 잤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실제로 몇몇 수면제는 일시적으로 뇌가 새로운 단기 기억을 생성하지 못하게 하기도 해요. 본인은 푹 잤다고 생각하는데 피부가 칙칙해 보인다면 수면제가 양은 몰라도 질 좋은 수면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죠.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잠’ 자체에 너무 집착한다는 데 있어요.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다음 날을 망칠 거라는 두려움이 결국 잠에 들지 못하게 하는 거죠.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기 위해 발의 긴장을 풀어주는 걸 추천해요. 또 침대에 다리를 곧게 뻗고 누워서 미간과 턱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온몸과 정신을 이완시키는 게 좋아요. 잠은 꼭 자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CASE 2 잠을 못 자 늘 중요한 PT를 망쳐요
“연차가 쌓이면서 중요한 광고주들 앞에서 직접 PT를 해야 할 일이 많아졌어요. 겉으로는 늘 자신감 있는 척하지만 사실 PT를 할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부담스러워요. 전날 너무 긴장해 잠을 못 자서 항상 트러블이 올라오는데, 혹시나 사람들이 그걸 알아볼까 신경 쓰이거든요. 그렇게 집중력이 한번 흐트러지면 발표하던 내용도 까먹기 일쑤죠.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도 항상 왜 전날 잠이 안 오는 걸까요?” PT가 제일 어려운 카피라이터 S
SPECIALIST SAYS 운동과 호흡운동을 겸해보세요
“우리 뇌는 잠을 자는 동안 그날 배운 것, 기억해야 할 것을 정리해요. 잠을 잘 자면 다음 날 정신이 또렷해지고 일에 능률이 오르는 이유가 그 때문이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깨어 있기 위해서 뇌가 에너지를 많이 쓰게 돼요. 그러니 정작 고차원적인 뇌 활동이 어려워지는거죠. 항상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잠 때문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겠어요. 늘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하는 걸 보니 아마 낮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밤에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우선 낮 동안 햇빛을 충분히 쬐고 적정한 수준의 운동을 하는 걸 권해요. 몸이 피로해지는 것 외에도 스스로 몸을 충분히 움직였다는 만족감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테니까요. 그리고 자기 전 호흡운동을 해보세요.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서 나의 호흡에 집중해보는 거예요. 숨을 들이쉴 때마다 ‘들이쉬고’라는 단어만, 내뱉을 때마다 ‘내뱉고’라는 단어만 생각하는 거죠. 이 과정도 완벽한 PT를 위한 준비 과정의 하나로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CASE 3 시차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한 달에 한두 번 꼭 가야만 하는 해외출장이 이제는 두렵기까지 해요. 해외에 나가면 유난히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서 잠을 잘 못 자거든요.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그나마 제일 빨리 잠드는 방법이 그냥 어둠 속에서 이불 덮고 누워 있는 거더라고요. 두세 시간 뒤척이다 겨우겨우 잠들어도 중간에 자주 깨서 출장 내내 무기력할 때가 많아요. 의욕도 없고 입맛도 없으니 몸 상태, 피부 상태도 항상 최악이고요. 시차 때문에 간간이 잠들기까지가 너무 고통스러워도 불면증이라 할 수 있나요?” 마일리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바이어 L
SPECIALIST SAYS 시간을 확인하지 마세요
“해외에 가서 그 지역의 시차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죠. 몸은 잠잘 시간이 아닌데 잠을 자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뇌가 혼란을 느끼거든요. 보통 출발지와의 시차가 1시간 날 때마다 적응하는 데는 하루가 소요돼요. 그러니 7시간 시차가 나는 곳으로 출장을 간다고 하면 7일이 지나야 현지 시차에 완벽하게 적응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일반적으로 좋은 수면 리듬을 갖고 있다면 비교적 빠르게 달라진 시차에 적응할 수 있어요. 해외에서 나만의 수면 리듬을 가다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간중간 깼을 때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 거예요. 시간을 확인하고 얼마나 잤는지, 앞으로 얼마나 잘 수 있는지 계산하다 보면 뇌가 각성을 하면서 다시 깊은 잠에 들기 어려우니까요.”
CASE 4 TV를 봐야만 잠이 와요
“매일 침대에 누워 뒤척이는 시간만 2시간이 넘어요. 계속 뒤척이다 보니 어지럽고, 또 허리도 아파서 더 잠이 안 오더라고요. 악순환이었죠. 그래서 TV를 보기 시작했어요. TV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딱 졸리거든요. 근데 또 침실로 가는 중에 잠이 다 깨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침실에 TV를 들여놨어요. TV를 보다가 졸음이 밀려올 때 바로 잠들려고요. 그 이후로 비교적 그 전보다 잠이 빨리 들기는 하는데, TV 소리와 빛 때문에 얼마 못 가 다시 깨버리는 게 문제예요. 날이 갈수록 다크서클만 내려오네요.” 재방마니아 회사원 P
SPECIALIST SAYS 빛과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세요?
“불면증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바로 침실 환경이에요. 침실에 TV가 있는지 TV를 보다가 잠드는 경우가 있는지 물어보죠. TV를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드는 이유는 TV를 보는 동안에는 잠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TV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불면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죠. 침실에서 계속 TV를 본다면 뇌가 침실을 노는 공간으로 인식해 어느 순간부터 잠이 오지 않을 거예요. 또 TV의 빛은 눈을 감고 있어도 눈꺼풀을 통과해 시신경을 자극해서 잠을 잘 오게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감소시켜요.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빛이 없는 조용한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릴 듯 말듯하게 켜놓는 걸 추천해요.”
<출처:sing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