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씨앗 찾기
(왼쪽) 여행지에서 운명을 만나다
민영진 (37세·파시미나 수입 판매 벨에포크 (bellepoque))
“시스템화된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요. 언제나 제가 잘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하길 바래왔죠.” 공연 무대 제작 일을 하던 그녀는 2013년,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인도, 네팔, 태국으로 6개월간 자유 여행을 떠났다. 삶이 단단한 벽을 만났다고 생각했고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그곳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발견한 파시미나 스카프에 완전히 반해버린 것이다. 파시미나는 페르시아어로 울이란 뜻의 Pashm과 보석이라는 뜻의 Mina의 합성어로 최상급의 캐시미어를 말한다. 그날부터 그녀는 각국의 50여 개 파시미나 가게를 들락거렸고, 결국 파시미나를 한국에 제대로 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간 모아두었던 돈으로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돈이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세계 3대 파시미나 제작지인 스리나가르를 방문했지요. 애초에는 제가 가진 자금 안에서 소량을 바잉할 예정이었는데,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파시미나의 종류와 색상이 너무 많아서 결국 어머니께 지원을 요청했어요.” 파시미나가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관심을 끌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업의 규모를 크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1000만원 정도를 초기 자본으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세 배 정도 들었다. ‘왕족의 섬유’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는 섬유이다 보니 제품 구매 비용에 가장 지출이 컸다. 히말라야 산양의 목 부위 털로 제작되는 샤투시 파시미나의 경우는 유럽에서도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대신 명품 브랜드의 머플러나 스카프는 브랜드 네임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것에 비해 파시미나의 경우에는 소재의 가치로 값이 책정이 되기 때문에 명품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 수익성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여전히 한국에 파시미나 마켓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가치를 알리는 것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여전히 공을 들이고 있지만 작은 사업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파트너를 찾아서 오프라인 판매처를 더 늘리고 싶어요. 온라인 쇼핑몰로는 파시미나의 아름다움과 감촉을 전달할 수 없으니까요.” 그녀는 얼마 전 다시 인도 현지를 방문해서 제품을 직접 오더하고 구매해 왔다고 한다. 사업과 여행이 하나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던 그녀의 꿈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www.bellepoque.co.kr
(오른쪽) 인터넷은 친숙하고 쉽다
박문정 (27세·라이프스타일 쇼핑몰 멜로(Mello))
그녀는 대학 졸업 후 플로리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 등 예술적인 안목이 필요한 일들을 해왔다. 예쁜 아이템을 골라내는 능력이 이와 관계없어 보이진 않는다. 그러한 감각은 그녀의 블로그에서도 잘 드러난다. 블로그를 통해 데일리 룩이나 일상 사진을 올리면 착용한 아이템의 구매처를 물어보는 문의가 엄청나게 들어온다. 이들을 일일이 판매자와 연결해주기보다는 직접 판매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블로그라는 창구를 넘어 조금 더 본격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열기로 결심한 것이 지금의 멜로다. 처음 시작은 ‘오리 티 인퓨저’였다. 파리에 한 달간 머물렀을 때 힙한 셀렉으로 유명한 ‘colette’에서 지금의 아이템을 발견하고 당장 구매했다. “찻잎을 귀엽게 우려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에요. 석촌 호수에 러버덕이 뜨기 훨씬 이전이었지만 느낌이 왔죠. 제가 마음을 뺏긴 만큼 한국에서도 분명 인기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지금은 결혼해서 신랑이 된 남자친구와 저축한 돈을 모았다. 약 1000만원 정도였다. “오리를 수입하는 데 6개월 정도가 소요됐어요. 서류 작성은 금방 했지만 제품이 생산되고 배를 타고 수입되는 기간이 오래 걸렸던 거죠.” 수입이 완료된 그 순간부터 쇼핑몰을 구축했다. “쇼핑몰만 생각한다면 정말 소액으로도 가능해요. 판매 제품의 금액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만~200만원이면 초기 구매 자금으로 충분하고요. 쇼핑몰 시스템 설치와 사업자 신고 등등에 들어가는 금액도 30만~40만원 이내예요.” 쇼핑몰 디자인은 한 달 동안 포토샵을 이용해서 직접 했다. 디자인에 자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의뢰하면 되지만 조금 더 비용이 든다. 멜로는 창업을 결심한 지 7개월 만에 완성됐다. 일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자신이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얼마나 자주 많은 제품을 선보이느냐에 따라서 매출이 직결되는데, 자신이 정말 쓰고 싶은 것만 고르느냐, 아니면 매출을 위해 일단 양을 늘리느냐를 결정해야 해요. 전 제가 갖고 싶은 제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판매 제품 종류가 아주 많지는 않아요. 대신 직접 수입한 오리 티 인퓨저가 주력이라 수익성은 좋은 편이에요.” 비록 온라인이지만 자신이 셀렉한 제품을 좋아하고 구매해주면 하루 종일 웃게 된다. 대신 대부분의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점이 1인 기업의 고충이다. “주기에 따라 열심히 달렸다가 어느새 또 지루해지기도 해요. 혼자 기업을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말 독해져야 해요.” 블로거 닉네임인 뭄뭄과 멜로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제품이 아닌 저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보려고요.” www.mello.co.kr
(왼쪽) 일단 시작하면 다 된다
신채민 (31세·파티 케이터링 드 럭스 (de Luxe))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무용을 시작한 신채민은 예술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기도립무용단에서 6년간 전문무용수로 활동하며 전형적인 예술가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졌다. “길지 않은 인생, 무용에 열정을 쏟았던 것처럼 또 다른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보고 싶었어요. 남의 목표와 생각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 나의 목표를 위해 일하고 싶었어요.” 그녀가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업이란 길이 분명 녹록하지 않을 텐데 그 두려움과 역경을 이겨내려면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열정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식에 관련된 일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고, 특히 파티 음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파티나 행사에 액세서리처럼 놓인, 그저 보기에만 예쁜 음식이 아니라 맛도 환상적인 케이터링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드 럭스의 초기 창업 비용은 1억원 정도였다. 저축과 퇴직금만 가지고 시작했다. 그녀는 창업자금보다는 본인의 비전, 그리고 그에 대한 확신과 설득력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무모하게 들리겠지만, 사업의 핵심을 바로 보고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고 투자 제안도 들어오고 파트너십도 맺게 되면서 초기 창업 규모 같은 건 점점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돈이 마련되고 실제 사업을 시작하는 데는 3개월이 소요됐다. 창업 준비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주변에서 사업을 준비한다고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계획만 하다가 아예 시작도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거든요. 솔직히 준비가 길어질수록 잡생각이 늘고 계획에 대한 의심만 늘어나는 것 같아요. 사실 모든 게 완벽히 짜인 상태에서 시작될 수는 없어요. 욕심일뿐더러 불가능하죠.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반강제로)계획이 살도 붙고 수정도 되고 구체화가 돼요.” 대신 브랜드를 설정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 브랜딩은 곧 가치 창출로 연결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평범하고 흔한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브랜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과 엄청난 힘을 갖게 돼요. 광고대행사나 아트 디렉팅 그룹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경우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함에 있어 적어도 이 부분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 지금 와서 보면 가장 잘한 선택이었어요.” 덕분인지 드 럭스의 수익성은 기대 이상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약간 어려웠던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매년 약 200% 정도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인 소개로 중국 파트너를 만나게 되어 중국 상하이에 F&B 합작 법인도 설립 중에 있다. “사업 초기에는 ‘이게 과연 될까?’라는 의심을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돼요. 막연한 두려움이 한없이 커지는 거죠. 이게 사실 저에게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하지만 일단 부딪치는 게 두려움을 없앨 유일한 방법이에요.” www.deluxefood.co.kr
(오른쪽) 시장의 흐름을 읽다가 과감히 뛰어들다
양지웅 (30세·모터 사이클용 블랙박스 모토캠(MOTOCAM))
“모터사이클을 좋아해서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 생활을 했어요. 꾸준히 일을 하면서 지금 이 시장에서 꼭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없었던 아이템을 발견했지요. 바로 모터사이클용 블랙박스였어요. 야외에 노출되어 있고 진동이 심한 모터사이클 특성상 자동차용 블랙박스를 그대로 쓸 수 없거든요.” 그는 ‘남이 시작하기 전에 내가 한번 만들어서 팔아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됐고, 이것이 바로 창업의 길로 이어졌다. 우선 아이템을 판매할 마켓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관련 매체사에서 일하며 시장 분석을 했고, 업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업체 대표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하나둘씩 필요한 인맥을 만들어갔다. 이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당시 그는 매거진 에디터로서 그들을 서포트해줄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확실히 팔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시장 분석 결과와 업계 구석구석 포진되어 있는 사람을 믿고 그는 과감히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창업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지원센터’의 합격이 큰 도움이 되었다 “청년창업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익이 확실한 사업계획서(아이템 중요)와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PT(자료) 등이 동반되어야 해요.” 이를 통해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고, 실질적인 운영자금은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창업자금은 총 5000만원 선이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창업자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가 생각하더라도 수익이 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과 확실한 사업계획서만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거든요. 성공적인 투자자는 이미 결론이 나온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아요.”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생각한 제품을 실제로 생산(제조)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뢰도는 물론이고 장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업체인지도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국내 업체와 일 년 가까이 같이 일을 진행하다가 아이디어만 뺏기는 등 쓴 경험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에게 사기친 기업에서 나온 제품은 사실 제가 생각한 기능을 다 담지 못했던 제품이라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았거든요.” 이후 국제모터사이클 박람회에서 외국의 액션캠 업체를 만나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발매된 폭스아이 블랙박스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품 매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많기 때문에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은 좀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봉이었던 월급쟁이 시절보단 훨씬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점이죠.” 그는 앞으로 아이템을 3가지 정도 더 늘릴 예정이다. 고객이 직접 찾아올 수 있도록 더 넓은 사무실로 옮기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쪽 시장에서 소비자분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넘버원 업체가 되는 것이 계획이자 목표다. www.motocam.co.kr
<출처 : sing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