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바이러스가 퍼진다!
나 아니면 안 돼’란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 주인 의식이 투철한 만점 사원이라고? 혹시 지나친 책임감에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에디터 김용현
CASE 1 팀장 아닌 팀장
조용히 있는 팀장이 불만이다. ‘왜 팀장이나 돼서는 일을 지시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러다 뭔가 잘못되면 그 책임은 어쩌려고?’ 결국 내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비록 팀장은 아니지만, 웬만한 결정도 내가 먼저 해야 한다. 팀장의 컨펌을 기다릴 여유는 나도, 회사도 없다.
ADVICE 결국 팀장이 마무리한다 팀은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나눠서 진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책임감을 나누는 목적도 있다. 일 처리나 진행이 늦은 팀장이 답답하다고? 그 역시 나름대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장이 최종 결정권자라는 사실. 자기 역할을 잊고 하는 행동은 조직에서 더욱 튀어 보인다. 다른 사람의 미움을 살 수도 있다. 그래도 필요 없는 책임감에 시달린다면 생각을 바꾸자.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닌 ‘내가 모르는 상황을 다른 사람이 알 수도 있고,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거다. 사실 팀장은 오랫동안 뛰어난 성과를 거뒀고, 회사에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 거다. 팀장이 잘 모른다고, 일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한다. 그렇게 팀장을 무시하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봤자 결과가 좋지 않고 힘은 힘대로 드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나누는 것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CASE 2 일 못 맡기는 직원
후배에게 맡기면 된다고 하는데, 불안해서 시키질 못하겠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내 손으로 해야 속이 시원하다. 결국 후배가 해야 하는 일까지 모두 한다. 가끔은 작은 일 하나 마음 놓고 맡기지 못하는데 부하 직원이 왜 있어야 하나 궁금하다.
ADVICE 책임감은 상대적이다 ‘진상 보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어느 회사를 가든 진상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책임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책임감이 과도하게 커지면, 상대방의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리고 책임감을 잃은 한 명은 소외되기 마련이다. 직장에서는 서로 역량을 키워주고 ‘윈-윈’하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 동료나 부하 직원은 일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한다. 작은 일도 불안해하며 챙기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조직도 마찬가지. 결국 사람들은 ‘내가 해도 어차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로 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업무 자체를 회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조직의 활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가장 필요한 것은 적절한 수준의 책임감이다. 이것은 능력과 조건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때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수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후배가 해도 되는 일을 굳이 내가 붙잡고 야근하는 것보다, 근무 시간 내에 내가 할 수 있는 업무 먼저 해결하자. 남은 일은 부하 직원에게 시켜도 괜찮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나중에 수정하면 된다. 그게 시간도 절약하는 방법이다.
CASE 3 친구를 향한 질투
나는 요리를 꽤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종종 친한 친구를 초대해 근사한 요리를 대접한다. 그런데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밥이라도 얻어 먹고 오면 묘한 경쟁심을 느낀다. ‘맛있는 것은 내가 해줘야 하는데’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복수라도 하듯 ‘호텔 뷔페 저리 가라’ 수준으로 친구에게 거대한 밥상을 대접한다. 친구가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ADVICE 친구는 여러 명이다 우정을 빙자한 특별한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려는 친구는 부담스럽다. 집착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나친 친절은 친구 사이에 어울리지 않다. 친구를 질투나 승부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친구를 보며 마음을 졸이다가는 결국 과도한 책임이 죄책감으로 변해 공황 증세나 강박증으로 번질 수 있다. 친구를 향한 책임감을 사랑으로 바꿀 것. 그리고 잘게 쪼개 나눠야 한다. 친구는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니까. 책임감을 나누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나누는 습관을 들여야 스스로 고생도 덜 수 있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새롭게 되새길 수 있다. 친구는 물론 가족,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CASE 4 가이드와 친구 사이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한다. 총무를 맡았다. 여행 계획도 짜고 있다. 여행 중 아침이면 조식을 먹기 위해 친구들을 모두 깨운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왜 여행 가이드나 엄마처럼 친구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모두 챙기고 있는 거지?
ADVICE 나 아니어도 괜찮아 친구들처럼 동등한 관계에서 단체 활동을 할 때는 모두가 균등하게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누군가 한두 명이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할 때는 처음엔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친구를 고맙게 생각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불만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아침 안 먹어도 괜찮아” “나는 거기 가기 싫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 ‘내가 모든 일을 해결하고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과잉 주도성에서 비롯한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에 나만 잘난 줄 아는 친구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다. 끝내 주변에 친구가 하나도 남지 않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CASE 5 고민 많은 남자친구
회사 걱정, 가족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은 남자친구. 그래서 매일 저기압이다. 하지만 나는 고민 많은 남자친구가 힘이 들 때 가장 먼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내 불만은 쉽게 말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남자친구의 기분을 먼저 살피게 된다.
ADVICE 대화가 필요해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지만, 사귀는 사이라면 둘 사이에 책임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일방적인 배려는 서로에 대한 부담감만 부추길 뿐이다. 대화로 풀어야 하지만 잘못 꺼낸 말 한마디에 혹시 상대가 상처를 입을까 두렵다. 서로에게 소홀해지고 갑자기 권태기라도 찾아오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그래도 말을 꺼내야 한다. 대화 외에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의외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자기만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말 한마디에 몰랐던 여자의 심정을 갑자기 깨닫는 경우도 흔하다. 가끔은 슬쩍 반항할 필요도 있다. 자기 주장을 슬며시 드러내는 거다. 아마 남자친구는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생각하며 여자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거다.
CASE 6 맏딸 콤플렉스
지금 나 혼자 사는 것은 걱정이 없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점점 더 연로해지시는 부모님과 나이만 많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동생까지. 이들을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ADVICE 나누는 습관을 가져라 과도한 책임감은 환경적 영향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엄격한 분위기와 규칙 속에서 자란 경우 사람은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지나치게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너는 우리 집 살림 밑천이야. 우리의 희망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경우 역시 가족의 바람대로 완벽한 자녀가 되기 위해 무의식중에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치게 된다. 가족 구성원의 책임을 혼자 떠맡으면 다른 가족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생긴다. 지나친 책임에 시달리는 사람은 실패를 예감하는 순간 자기가 맡은 일을 모두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주변 사람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결국 실패 앞에 무기력해져서 다시는 책임을 맡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것을 막으려면 미리 책임을 나눠야 한다. 미리 나누면 준비할 시간도 많다. 걱정은 그 다음에 해도 된다.
CASE 7 책임감으로 쌓은 우정
친구의 하소연이 끝나지 않는다. 중간에 끊을 수도 없다. ‘나 내일 일찍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하지 좀처럼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한다. 스마트폰 배터리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충전기에 연결해놓은 탓에 몇 시간 동안 통화하느라 귀가 무척 뜨겁다.
ADVICE 선을 그어라 책임감은 좋은 단어다. ‘책임감이 강하다’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다. 책임은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목적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가끔은 승부 근성을 발휘하게 돕는다.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밤잠 줄여가며 함께 고민을 나누던 친구가, 나중에 나를 도울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 우정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적절한 수준의 책임감. 10을 하던 친구가 15를 하면 무척 고맙다. 하지만 언제나 100을 보여주던 친구가 99만 하면 무척 실망스럽다. 과도한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친구 역시 마찬가지. 친구는 금방 실망한다.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 번 높게 설정된 기준은 내리기가 무척 어렵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적절한 수준의 선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CASE 8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꿈
결혼 후에도 회사 일을 핑계로 집안일에 소홀하고 싶진 않았다. 현모양처와 뛰어난 커리어 우먼.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결국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출근한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저녁 식사 준비와 밀린 집안일로 바쁘다.
ADVICE 도와달라고 말하라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사람들은 무능력해 보일까봐 걱정한다. 무책임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솔직하고 여유로운 자세라고 생각하자. 사실 평소 자기 일을 남과 잘 나누지 못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남편이나 가족, 남자친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도와달라 말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강박적인 책임감도 습관처럼 몸에 익은 것. 도움을 요청하고, 책임을 나누는 것도 습관처럼 몸에 익게끔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당신이 혼자 애쓰는 것을 보며 주변 사람들이 ‘언제 내가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CASE 9 일을 놓지 못하는 당신
퇴근은 하는데 왠지 모르게 찝찝하다. 뭔가 덜 마친 듯한 기분이 든다. 약속이 있으니까, 퇴근 시간이 됐으니까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서긴 하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스마트폰의 메일함에 들어가 자꾸 새로 고침을 누른다.
ADVICE 스스로를 믿어라 “괜찮아.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어.” 주문처럼 수시로 되뇌야 한다. 생각이 변하면 행동도 바뀐다. ‘내가 꼭 해야만 해’ ‘내가 짊어져야 해’라는 습관적인 강박관념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직장 동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며 업무를 분담하고, 서로가 맡고 있는 일에 균형을 찾을 필요도 있다. 회사 업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유관 부서와 함께 일을 한다. 가끔은 유관 부서 때문에 미리 잡힌 약속에 나가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니, 퇴근할 수 있을 때는 서둘러 회사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협동은 혼자 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고, 고생을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도 큰 보람을 안긴다. 결과가 실패로 이어지더라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 책임도 나눌 수 있으니까. 각자 담당한 업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니까 가끔은 과감할 필요가 있다.
<출처 : sing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