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들의 사람을 다루는 특급 비밀
모든 직장인은 사람과 일을 한다. 그러나 사람을 다루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영업부서에서 활약 중인 직장인으로부터 들었다.
호감을 사고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영업을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
KEYWORD ● 사소한 관심
어떤 이들은 사람을 만날 때 차번호를 기억한다. 발레파킹을 맡겼을 때 번호를 대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그 사람이 먼저 주차를 해두었다면 그 차 옆에 자신의 차를 주차하기도 한다. 상대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 사람은 이런 것까지 기억을 하네.’ 그 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해두는 건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상대를 향한 작은 관심을 통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KEYWORD ●○ 호감의 한 마디
“그 귀고리 예쁘네요. 누가 선물해준 건가요?” 바뀐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처음 시도하는 룩을 언급하며 칭찬을 건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시에 손쉽게 상대의 호감을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 취향에 대해 물어보거나 도움을 구하면서 친해질 수도 있다. 호감 가는 한마디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능력이다.
KEYWORD ●○● 풍부한 데이터
친밀함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는 관계에 있어 빈약한 정보와 데이터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 필요한 자료들은 상시로 업데이트하고 그것을 문서화하여 저장해두는 것. 그리고 상대와 만남을 갖기 전 업데이트된 자료를 충분히 숙지하고 나가는 건 탄탄한 업무 관계를 위한 기본적인 키워드다.
영업과 전혀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우리가 영업의 기술을 배우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영업맨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지,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이끌어 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한 번 관계가 틀어졌을 때 재빨리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을 끌어내는 법. 그 노하우 는 비단 영업의 업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통화하지만 다루기 힘든 거래처 들, 새롭게 알게 된 파트너들을 대할 때 모두 유용 하게 응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들이다. 소소하고 디테일한 그 기술을 알기 위해 각 분야 의 영업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그 비법을 들었다. 처세술을 정리한 한 권의 책보다 영양가 있을 것이다. 무조건 들이대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입맛에 맞게 행동을 하는 건 촌스러운 방식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호감을 얻을 수 없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가기도 힘들다. 상대의 바람대로 끌려다니기만 할 것이다. 호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상 대가 나에게 먼저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센스를 발휘해 예상치도 못한 잔감동을 주고 오버 대신 신뢰를 구축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6명의 영업맨들이 밝힌 사람을 다루는 세련된 한 수다.
오 과장으로부터 배우는‘영업 마인드’
웹툰을 원작으로 극화한 드라마 <미생>에는 워커홀릭 오상식 과장이 나온다. 어떻게든 일이 진행되도록 만드는 상사맨이지만, 줄타기엔 전혀 관심이 없어 늘 승진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자신의 눈 앞에 들어온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성사시키고 만다. 그에겐 영업을 하는 데 있어 지켜야 할 신념이 몇 가지 있다. 물론 신념을 위협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다양한 솔루션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 물론 자신의 신념도 지켜가면서 말이다. 영업 마인드를 논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해를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내 방식과 신념을 무시하고 상대의 스타일에 100%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러나 오 과장처럼 신념을 가지고 관계를 이끌어 가는 것이 옳다. 상대의 요구에 무조건 자신을 맞추다 보면 주도권은 상대에게 넘어가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게 된다. 우리가 영업의 기술을 배우려는 이유는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한 게 아니라 나의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면서 설득을 끌어내기. 영업 마인드의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나면 인간관계를 다루는 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관계, 그 완생의 조건
제약, 광고, 출판, 보험, 자동차 등 각 영역에서 활약 중인 직장인 6명에게 인간관계를 다루는 자신만의 전략에 대해 들었다. 완생이 되기 위한 설득의 노하우.
정민호의 센스의 한 수 (한국아스텔라스제약 영업팀)
정민호는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영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수많은 영업사원들 중에 그는 센스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가 건네는 이야기, 메모장으로 기억하는 소소한 부분들이 이유가 된다. 그에겐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센스가 있다.
● 센스는 메모에서 시작한다 매일 많은 사람과 만나 나눈 대화 속에는, 일적인 정보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런 것들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사람이 더 많다. 정민호는 거래처와의 만남에서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한다. 거래처 폴더를 하나씩 만들어 일자별로 메모해 정리해두었다. 후에 상대가 했던 말들 중에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거래처, 일자별로 폴더를 찾아보면 된다. 물론 기억만으로 끝나진 않는다. 기억을 정보 삼아 배려를 하기 위함이다. 세미나에 강연자로 자주 서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다는 어느 교수의 말을 메모해두었다. 그 말을 기억하고 나니 그의 연구실에 놓인 부모님 사진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세미나에서 카메라에 그 교수의 모습을 담을 기회가 생겼고, 사진을 인화해 액자로 만들어 선물했다. 메모로 캐치할 수 있는 인간적인 부분들을 기억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챙기고 신경 쓰는 일이 그의 센스를 돋보이게 한다.
●○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법 그는 남들에 비해 취업이 조금 늦었다. 늦은 만큼 남들보다 경험이나 이야깃거리도 많다. 패션 MD로도 일한 경험이 있어 제약 외에 잘 알고 있는 분야도 많다. 안산의 대안학교에서 봉사를 한 일, 네팔과 몽골에서 3년 정도 해외 봉사활동을 했던 일 등 평범하지 않은 행보로 생겨난 에피소드들은 거래처, 혹은 그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과 대화를 할 때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거래처에서 알게 된 지인들은 그를 ‘진솔한 사람, 혹은 조금 다른 사람’이라 기억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소소한 경험들이 대화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무조건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주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자.
●○● ‘친한 사이’에도 여러 카테고리가 있다 업무상 만난 사람과 ‘호형호제’ 하는 넉살 좋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일로 만난 사람들, 거래처와의 관계가 반드시 ‘호형호제’ 할 만큼 친하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친근하게 다가서는 건 좋지만 사적인 친구 사이처럼 격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 그런 관계는 한 번 틀어지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치명적으로 악화되거나 거래선이 끊길 정도로 틀어지기 쉽다. 정민호는 거래처에서 만난 사람을 대할 때 정중하게 예를 다한다. 말투와 행동은 물론, 옷도 항상 세련되고 깔끔한 스타일을 유지한다. ‘격이 없다’는 건 일하는 사이에선 굳이 필요치 않다. 어느 누구라도 넥타이 풀어헤치고 해진 신발을 끌고 오는 이보다, 깔끔하고 멋스럽게 차려입은 이가 더 반가울 것이다.
김재훈의 호감의 한 수 (한화생명 FP)
보험회사의 FP(자산관리사)는 1인 기업이나 다름없다.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하고 재무설계를 받는 일은 FP를 신뢰해야 가능하다. 김재훈은 신뢰를 1순위로 택한, 멘탈이 강한 설계사다.
● 상대를 위한 진심 화려한 언변, 동공을 크게 만드는 비주얼, 낮게 깔린 목소리. 모두 호감을 얻기 위한 조건은 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김재훈의 진심은 상대를 위한 솔직한 조언에 있다. 비유를 하자면, 마티즈나 스파크를 구입해야 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언변으로 소나타를 구입하게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딱 맞는 플랜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 게 그의 영업 방식이 다. 적당하지 않은 플랜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되면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만큼 손실이 크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거래처 관계 가 끊어진다 해도, 꾸준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는 건 그의 소중한 자산이다. 화려한 언변에 비해 진심의 속도는 느리다. 즉각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지 못하니 꾸준히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당장 확답을 받아야겠다든지, 빠른 시일 내에 내 편이 되어주길 바란다든지 하는 부담스러운 태도는 오히려 상대를 도망가게 한다. 관계를 쌓고 이어가는 데 있어 급하지
않게 다가서기. 흐르는 시간 동안 꾸준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이 진심은 닿게 되어 있다. 원하는 게 명확할수록 조급함을 버려라. 촌스럽지 않게 상대와 친구가 되는 법이다.
●○ 서프라이즈도 호감이 된다 쇼핑을 할 때 의외의 아이템들을 항상 구입해놓는다. 비싼 건 받는 이들이 더 부담스러워한다. 김재훈은 고객을 만날 때마다 핸드폰 기종을 살핀다. 고객의 이름과 기종을 메모해두었다가 핸드폰 케이스를 선물한다. 요즘은 그 아이템이 셀카봉이 됐다. 한 번에 20개씩 쟁여두었다가 반가운 고객을 만날 때마다 선물한다. 겨울에 건네기 좋은 선물은 역시 핸드크림이나 립밤이다. 간식으로는 한국에서 좀처럼 팔지 않는 수입 과자를 구입해두었다가 선물한다. 매일 마주하는 거래처 담당자가 깐깐한 여자일수록,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작은 선물을 내어놓는 건 호감을 증폭시키는 지름길이다.
서장훈의 상담의 한 수 (GS엠비즈 폭스바겐 영업팀)
차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가격과 차종 외에도 따져야 할 부분이 워낙 많다 보니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상품 중 하나다.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서장훈은 상대의 니즈가 무엇인지 대화로 이끌어낸다. 좋은 상담은 상대가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 부담과 편안함의 차이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려면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 전화로는 한계가 있다. 약속을 잡는 건 상대의 시간을 사는 일이다. 그 이야긴즉, 바쁜 사람과는 약속조차 잡기 힘들다는 것. 서장훈의 원칙은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선에서 약속을 잡고 상담하는 것이다. 몇 번에 걸쳐 상대방이 근무하는 회사에 들렀다 해도 ‘일부러 찾아왔다’는 내색은 하지 않는다. 상담이 물 흐르듯 진행되려면, 거래가 성사되려면 상대가 그 만남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지나가다 들렀다든지 근처에 볼일이 있어 잠깐 왔다는 말이 더 좋다. 상대가 편하게 말을 들어줄 타이밍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비가 오는 날씨엔 잡혔던 미팅이나 약속도 취소하기 마련이다. 날씨를 확인해가며 언제 사무실에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빈손으로 가기 뭣하다 싶어 선물을 따로 구입해서 챙겨 가진 않는다. 폭스바겐을 떠올릴 수 있는 판촉물이면 족하다. 로고가 박힌 쿠션, 우산, 열쇠고리는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부담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최대한 편안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관건이다.
●○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법 한 번 차량을 판매했다고 해서 고객과의 연락이 끊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자주 연락을 한다. 그를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차량 사고부터 처리 문제까지 일이 생길 때마다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한다. 그럴 땐 차량과 보험에 있어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은 정보를 제공하고, 바쁜 스케줄의 고객을 대신해 중간에서 처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처리 과정이 본인의 업무는 아니다. 그러나 당황했을 때,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도와준 이는 쉽게 잊을 수 없는 법.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구할 때 그는 기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행동으로 나선다. 인간관계에도 ‘애프터 서비스’란 게 있다. 당장 내 업무와 관련이 없다 해서 상대의 부탁을 인색하게 거절하고 다닐 수는 없다.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고마움’이 쌓이고, 후에 부탁하는 입장이 되는 날엔 예기치 않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강태선의 대화의 한 수 (더북컴퍼니 광고팀)
월간지에 광고를 유치하고 무수한 형태로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일. 출판계의 광고 영업 필드에서는 경쟁자도, 설득해야 할 대상도 많다. 강태선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10년 넘게 좋은 관계 를 유지하는 대화의 비법을 알고 있다.
● 말에도 강약이 있다 거래처와 나누는 대화일수록 그 안에는 팩트와 팩트가 아닌 것, 둘로 나뉜다. 팩트가 아닌 것에는 안부와 상대의 말에 대한 추임새, 리액션 등이 있다. 팩트는 내가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인간적인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대화를 나눌 땐 목소리의 뉘앙스부터 부드러워야 한다. 반면에 업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상대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때는 상냥함이 통하지 않는다. 팩트를 이야기할 땐 최대한 강하게 이야기한다. 단호한 목소리 톤에 확신을 담아야 한다. “이 업무는 A로 생각해봐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본인조차 잘될지 모르겠다는 식의 어조로는 설득은 시도조차 하기 힘들다. 망설이는 상대의 선택을 얻어내기 위해선 자신감이 먼저다.
●○ 배려라는 진심을 활용할 때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상대를 배려한다는 건 뭘까.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타이밍에 맞춰 센스 있게 미팅을 잡는 것. 식사를 함께 할 경우 상대가 선호하는 메뉴의 식당으로 자리를 잡는 것.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상대가 5분조차 시간을 낼 여유가 없을 땐 햄버거를 사들고 가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미팅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간의 양보다 중요한 건 함께했을 때 얼마나 서로가 깊게 교감했느냐의 문제다. 그때 배려는 대화의 질을 깊고 풍부하게 만든다. 해당업체에 관한 근황, 주요 이슈들을 자세히 알아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해당업체의 경쟁사 근황이나 경쟁사의 신제품에 대한 여론, 반응들을 언급하는 것도 좋다. 상대가 날이 서 있는 주요 이슈들을 머릿속에 스캔하다보면 상대의 걱정거리와 고민까지 눈에 보인다.
●○● 꼬인 관계를 풀고 싶을 때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가 답이다.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관계가 조금 틀어져 있을 때 직설적으로 나가면 손해를 본다. 기분이 상한 상태라 해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말을 걸어오는 이에게 매몰차게 대할 사람은 없다. 커피든 초콜릿이든 담배든 무언가 손에 들려 있으면, 공기는 조금 누그러지게 되어 있다. 담배를 피우는 한 모금, 커피를 마시는 한 모금에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순간이 포함되어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한 뒤 거래처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면?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 해결책을 빠른 시간 안에 완벽하게 내어놓을 순 없지만, 얼굴을 보고 불만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화가 났는데 그 순간을 회피하면 화를 더 돋울 뿐이다. 화를 최대한 가라앉히는 것이 미래의 관계를 위한 일이다. 물론 해결 과정에선 깨진 신뢰를 다시 얻어올 만큼 열정을 다해야 한다. 꼬인 관계를 잘 풀고 나면 관계는 더 끈끈해진다.
오민영의 설득의 한 수 (한국다케다제약 영업팀)
제약영업을 시작한 지 8년, 그녀는 아시아 1위 글로벌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에 근무하고 있다. 정확한 직책은 MR(Medical Representative)로, 담당하고 있는 당뇨와 골다공증 제품의 효과와 이를 입증한 저널들을 의사에게 소개하고, 그 약이 환자에게 처방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루 종일 진료가 꽉 찬 의사들을 대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건 힘든 일이다. 그런 의사들 사이에서 오민영은 ‘대화가 되는’ 파트너다.
●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 거래처의 오케이를 받기 위해서, 무작정 달려들고 정성을 쏟아야 할까? 답은 ‘No’다. 제약사 MR은 약의 정보와 효과, 그에 관한 저널들의 온갖 정보까지 넓고도 깊게 섭렵하고 있어야 한다. 다케다가 가진 ‘굿 메디슨’의 장점을 설득하려면 전문적인 근거를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우선 대화가 통해야 한다. 아주 기본적인 일 같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담당하고 있는 질환에 대한 논문은 철저하게
리뷰를 해서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제품에 대한 효과도 어필해야 한다. ‘정보가 빠르고 대화가 되는’ MR로 포지셔닝이 되면, 다음 단계의 설득으로 넘어가기 좋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된다. 내가 필요로 하는 종류의 정보를 재빠르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한 이치다. 설득을 이끌어내야 하는 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지식, 상대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캐치하는 일은 중요하다. 보유한 정보가 깊고 넓을수록 설득의 무기는 단단해진다. 상대가 되레 정보를 구하기 위해 다가오기 시작한다면, 진정한 ‘파트너’가 성립된다.
●○ 감성 쌓고 관계 쌓기 단번에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그 전에 먼저 관계를 쌓아야 한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료가 꽉 찬 의사를 대하는 일이라 대화의 시간조차 허락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꾸준히 시도를 하고 만나는 건 좋다. 그러나 감정이 좋지 않은 상대에게 무작정 다가서는 건 ‘눈치 없는 짓’이다. 주변인들로부터 기분이 어떤지 살피고, 대화의 타이밍을 포착해야 한다. 그렇게 대화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치자. 5분, 10분의 짧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바로 본론부터 꺼낼 수 있을까? 원하는 키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친구와의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주제가 흐르도록 한다. 상대가 학부모일 경우엔 육아 고민으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도 하고, 얼리어답터인 경우엔 신상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스펙을 두고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처음엔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의 취향과 관심사에 대해 메모를 해두면 다음 대화에서는 그 주제에 관해 정보를 준비하고 먼저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취향을 파악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건 설득의 촉매제가 된다.
●○● 좋은 관계는 밀당을 하는 사이다 세상 만사의 기본이 ‘기브 앤 테이크’라 했던가. 줄 수 있는 부분까지만 주고 나머지는 적당하게 선을 그을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해서 대화에서, 협상의 포인트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설득을 얻어내기 위해 무조건 상대의 요구에 100% 부응하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다. 어쩌면 상대는 그 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무리하게 요구를 이행하다 보면 힘든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고 갈 뿐이다. 무리한 요구라 해도 단번에 거절부터 할 수는 없다. 거절도 방법이 중요하다. 일단은 배수진을 친다. “안 될 것 같은데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상사와 상의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과도한 요구사항이 쏟아질 땐 이러한 말들로 상황을 스톱한다. 거절의 상황에서는 되도록이면 전화나 이메일 대신 직접 만나서 하는 편이 좋다.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밀당은 필수적이다. 주기만 하면 계속 주게 된다. 영업이 아닌 모든 인간관계에서 성립되는 말이다.
김범선의 신뢰의 한 수 (디지털오션 AE)
광고 기획자는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일을 한다. 함께하고 싶다는 신뢰감을 주어야만 캠페인을 수행할 수 있다. 신뢰를 두고 사람과 일을 하는 건 당장의 이득보다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농사’와 비 슷하다. 그는 농사에 있어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 오버는 관계를 망친다 솔직함과 진정성은 신뢰의 기본이다. 말을 하다보면 과장하고 포장하는 경우들이 생겨난다. 그 지점을 잘 조절해야 신뢰가 구축된다. ‘무조건 다 해드릴게요’라는 말은 없다. 가능성의 범위를 넘어선 공수표를 던졌다가 일이 잘 되지 않았을 경우, 깨진 신뢰는 돌이킬 수가 없다. 모르는 부분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맞다. “더 알아보고 답을 드릴게요.” 현재의 상황을 솔직하게 전하고 이후 빠른 피드백을 들고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당장 상대가 원하는 걸 꺼내놓지 못한다 해서 신뢰가 망가지는 건 아니다.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릴까 겁을 내고 오버를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관계는 금이 간다. 확신을 주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포장을 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 사소한 정보를 포착하는 힘 전화상으로나 직접 만났을 때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정보들이 흘러나온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메모를 한다. 물론 업무 진행 방향과 결과에 대해서도 잘 기억해야 하지만, 그가 메모를 하는 건 다른 이유도 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을 캐치해내기 위해서다. 거래처 상대가 만약 “다음 주에 이런 행사가 있어서 지금 그 준비 때문에 바쁘다”는 이야길 한다면, 그 스케줄을 간략하게 메모해놓고 기억한다. 그 메모는 어떤 타이밍에 전화를 걸고 방문을 해야 하는지 힌트가 된다. 혹은 “그날 추웠는데 행사는 잘 진행됐나요?”라는 별것 아닌 안부 인사는 상대가 자신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건 큰 이벤트가 아닌, 세심한 배려에서 오는 ‘잔감동’들이다.
●○● 솔루션이 오지랖보다 효과적이다 단순히 술자리를 몇 번 더 갖고 식사를 몇 번 더 같이 한다고 해서 신뢰가 쌓이진 않는다. 친한 사람과 믿는 사람의 경계는 조금 다르다. 믿는 사람은 고민에 빠졌을 때 찾게 되는 사람이다. 막연한 기대가 아닌, 명확한 솔루션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이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부분, 목말라하는 궁금증을 파악하고 있으면 상대는 당신을 찾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열이면 열, 비슷한 솔루션을 들고 간다면 소용이 없다. 김범선은 거래처가 상상만 하는 머릿속의 그림들에 대해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솔루션을 내놓는다. 그는 자신의 솔루션 찾는 방식이 ‘양학과 한의학의 차이’에 있다고 말한다. 상처 난 부위에만 약을 바르는 것이 ‘양학’적인 솔루션이라면, ‘한의학’적인 솔루션은 다방면으로 원인과 결과를 유추해낸다. 지금의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후 상황과 모든 가능성을 유추한다. 카운슬링을 하듯 상대의 고민과 걱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남과 다른 솔루션을 도출해낼 수 있다. ‘이 사람에겐 솔루션이 있다’는 생각을 거래처가 갖기 시작하면? 신뢰의 마지막 퍼즐은 완성된다.
<출처 : sing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