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가 고른 3만원 이하 마트 와인
애주가가 고른 3만원 이하 마트 와인
무얼 살까 늘 망설여지는 마트 와인 진열대. 와인을 사랑하는 애주가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모르고 지나쳤던 3만원대 이하의 맛 좋은 와인만 골랐다. 에디터 안지나
마트에서 와인 사는 날
다양한 와인으로 가득 채워진 셀러를 보면, 순간 어지럽다. 미국, 호주, 프랑스 등 와인 제조국으로 나누어져 있을 뿐, 가격대도 맛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많은 와인들 중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될 때, 테이블 와인을 하나 사서 요리와 곁들이고 싶은데 도통 무슨 맛인지 상상이 안 갈 때, 그럴 땐 애주가의 장바구니를 살짝 엿보면 된다. 그들의 바구니에는 가격 대비 가성비 최고의 와인, 유명하지 않지만 제 몫을 하는 좋은 와인이 들어 있다. 애주가들이 추천하는 가성비 최고의 와인을 담아 보았다.
애주가들의 마트 와인 즐기는 법
1 와인 장터나 행사를 노린다 반드시 연말 특가 세일이 아니더라도 와인 코너에서는 이벤트와 행사를 종종 한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를 자주 들러보며 좋아하는 와인, 좋은 와인의 가격을 눈여겨보면 가격대의 할인 폭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혹은 한 매장을 선택해 매장 매니저와 친분을 쌓는 것도 좋다. 매장 매니저를 통해 저렴한 가격대로 득템할 수 있는 기간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와인 수입사에서 제공하는 잔, 오프너 등의 판촉물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할인율이 높을 때를 잘 고르면 ‘1+1’ 찬스에 와인을 구입할 수 있으니, 매장에 자주 들러 눈여겨보자.
2 와인 제조국, 가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다 와인 비기너라면 처음부터 와인 제조국에 연연하며 와인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나라마다 전혀 몰랐던 새로운 지역에서 생산한 좋은 와인들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술 전문가 이지민은 “평소에 프랑스, 칠레 와인만 고집한 사람이라면 색다르게 남아공, 아르헨티나 와인을 시도해보세요”라고 권한다. 와인 보는 눈을 새롭게 트여주기에 좋은 지역이라고. 가격도 마찬가지다. 굳이 비싼 와인으로 시작하지 말고 1만원 이하에서 시작해 조금씩 가격을 높여가며 가격대별로 어떻게 맛이 다른지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 전용 잔을 구비한다 마트에서 구입한 테이블 와인의 맛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와인을 오픈해 30분에서 1시간가량 공기에 노출시킨 후 마셔볼 것. 요리를 시작하기 전, 미리 따 두었다가 천천히 시간을 가지면서 마시다보면 첫 잔과 마지막 잔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잔을 활용하는 것도 와인 맛에 영향을 미친다. 이지민 대표는 “와인 품종에 맞게 잔을 준비하면 와인의 향과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어요. 묵직한 레드 와인, 꽃향기 나는 피노누아 같은 가벼운 느낌의 레드 와인, 프루티한 화이트 와인, 달콤한 다저트 와인 등, 와인의 성격에 맞게 잔을 구비하면 더 근사한 맛을 경험하게 되죠”라고 추천한다.
홈플러스에서 고른 와인
이지민(홍보전문가이자 술 전문가. 우리술 이야기 ‘대동여주도(酒)(www.facebook.com/drinksool)’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1 비냐 마라 리오하 리제르바 와인 매장 매니저의 강력 추천으로 고르게 되었다. 할인도 잘 하지 않고, 한번 맛본 손님은 와서 또 사 간다는 와인이라고 한다. 빈티지는 2009년. 비교적 올드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쌩쌩해진다. 한 시간 정도 미리 오픈했다가 마시면 훨씬 좋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족발을 함께 곁들였는데 그야말로 찰떡궁합. 스페인 와인은 돼지고기, 그중에 족발과 궁합이 좋다. 3만4000원.
2 파이니스트 코트 뒤 론 빌라주 플랑 드 디유 프랑스 론 지방 플랑 드 디유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영어로 Plan of God. 즉 신의 계획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수령 30~50년이 넘은 포도나무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선홍의 루비색. 약간은 달콤한 꽃향. 산도는 그리 강하지 않고, 과하게 드라이하지 않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이다. 적당한 보디감과 타닌감이 있어 혼자 가볍게 마시는 ‘혼술’ 트렌드에 적합하다. 2만3000원.
3 파이니스트 말보로 소비뇽 블랑 개인적으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정말 좋아한다. 가볍게 마시기도 좋고 해산물과의 궁합도 좋다. 집에 손님이 올 때 식전주로 샐러드와 함께 내놓으면 인기 만점. 산뜻한 느낌의 화이트 와인으로 말보로 지역 특유의 프레시하고 싱싱한 느낌의 허브와 풀 향을 느낄 수 있는 미디엄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다. 2014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5만원 미만 화이트 와인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스펙을 인정 받았다. 3만5700원
4 파이니스트 가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와인으로 토착 품종인 코르테제 100%로 만들어진 와인. 가비(Gavi)는 피에몬테 지역에 있는 마을 이름이자 와인 이름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 중 하나이다. 사과, 감귤류의 향, 은은한 꽃향과 함께 깔끔하게 떨어지는 산뜻함이 더해진다. 적당한 산미는 레몬을 뿌린 생선구이나 전, 회, 훈제 연어 등 해산물과 좋은 마리아주를 보여준다. 2만5000원.
5 폰타나 프레다 르프롱드 브라케토 다퀴 봄철 딸기와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골라보았다. 달콤한 레드 스파클링 와인으로, 로제에 가까운 루비 컬러를 띠어 잔에 따르면 로맨틱한 느낌이 가득해진다. 야생 과일, 딸기, 장미 등의 달콤상큼한 아로마가 매력적인 와인으로 당도와 산도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며, 편하게 마시기 좋다. 페이스트리, 파이 등의 빵과 생크림, 딸기를 준비해 곁들여보자. 연인을 위한 ‘작업용’으로 좋다. 3만2900원.
이마트에서 고른 와인
조원희(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이자 영화감독. 전자책 <한국영화 사상 가장 에로틱한 순간 51>을 썼다)
1 이 기갈 크로즈 에르미타쥬 2012 이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3만원대 와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다. 맛을 보면 쉬라 이상의 부드러움과 함께 복합적이면서도 지저분하지 않은 아로마가 느껴진다. 열어둘수록 흥미롭게 변화하는 맛의 그러데이션은 더욱 놀랍다. 와인잔에 반 모금 정도만 남겨놓고 몇 분 경과한 후 홀짝 마셨을 때 느껴지는 투명한 청량감이 이 와인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만7800원.
2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피노누아 2012 이렇게 파리한 보디의 피노누아는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추천하기가 다소 망설여졌다. 하지만 나는 어느 방향의 피노 누아도 좋아하는 ‘피노누아 성애자’이기 때문에 추천한다. 일단 조금 옅은 듯하지만 투명하게 아름다운 색깔부터 매력적이다. 돈 막시미아노의 예리하면서도 풍부한 맛 때문에 선택하게 된 와인이지만 그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같은 와이너리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 이 가격대에 이 정도의 우아한 향미를 지닌 피노누아는 찾기가 쉽지 않다. 향이 강한 치즈, 루꼴라, 토마토와 기막힌 매칭을 이룬다. 2만9900원(할인가).
3 솔라시오 모스카토 다스티 이렇게도 차진 모스카토는 드물다. 워낙 모스카토가 저렴한 스위트 와인의 대명사처럼 돼버려서 그렇지 충분히 저가격대에 다채로운 향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이 와인이 증명하고 있다. 첫 번째 모금부터 척하고 감기는 찰기가 대단하다. 청포도 특유의 화려한 향기이기도 하고 의외로 점잖은 플로럴이기도 하다. 1만4500원.
4 루이 자도 샤블리 생선회를 먹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와인이랄까? 굴의 향기 중 내가 맡고 싶은 것은 가리지 않고, 굴 특유의 비릿한 향취는 잡아주는 절묘한 마스킹의 향기.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숙성시킨 만큼 깔끔하고 신선한 향으로 승부한다. 적당한 산도와 보디감은 입안에서 굴이나 연어회와 함께 조화시킬 때 빛난다. 3만9800원.
5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 까바 브뤼 누군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모에’라고 이야기하던데 그건 이 놀라운 와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품질에 비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지녔을 뿐이다. 오리지널 상파뉴만이 진정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의외의 한 방을 선사하는 강렬한 탄산, 다양한 향미를 지닌 보디. 깔끔하지만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는 피니시까지. 프레시넷 때문에 스파클링 마시는 재미에 빠졌다. 1만7800원.
롯데마트에서 고른 와인
서원(와인을 좋아하는 수학 강사. 블로그 ‘더블유와이의 마리아주(blog.naver.com/wonyoungwine)’를 운영한다)
1 컬럼비아 크레스트 카베르네 소비뇽 미국 컬럼비아 출신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에서는 달지 않은 카카오 향, 커피 향, 말린 자두 향, 블랙베리 향이 골고루 난다. 산도와 타닌 향 모두 강하지 않다. 커피에 비유하면 부드로운 모카 라테의 맛이라 할 수 있다. 마트에서 구입한 냉동 대패삼겹살에 와사비, 간장을 곁들여 이 와인을 마셨는데 신대륙 와인의 맛을 느끼기에 적합하다. 미국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 컬럼비아 크레스트를 통해 가볍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맛과 향을 경험하면 좋다. 2만5000원.
2 폴 자볼레 애네 코트 뒤 론 파할렐 45 프랑스 론 지방의 와인으로 그르나슈와 시라의 두 가지 품종으로 만들었다. 산도가 세지 않지만 타닌이 적당하고 스파이시한 맛이 살아 있다. 향에서도 페퍼 향과 베리 향, 미네랄 향이 두루 느껴진다. 프랑스 론 지방 와인의 풍미를 느끼려면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어야 하지만 이 와인은 저렴한 가격에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스파이시한 맛을 지녔다. 소곱창, 양을 먹을 때 곁들였는데 마리아주가 좋았다. 1만9900원(할인가).
3 산타 크리스티나 피노 그리조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와인으로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미네랄 향, 볏짚 향, 너트 향, 풀 향이 함께 나고 아주 적절한 산미를 지녔다. 보통 산뜻하고 산미가 뛰어난 품종을 찾을 때 소비뇽 블랑을 선호하는데, 이 와인처럼 ‘피노 그리조’ 품종도 상큼하면서 적절한 산미를 지니고 있어 식전주로 좋다. 맛과 향이 강하지 않고 밸런스가 괜찮은 와인을 찾는다면 이 와인을 추천한다. 1만4900원(할인가).
4 라 시부아즈 화이트 프랑스 론 지방의 특징이 담긴 각기 다른 품종을 블렌딩해서 꽤 괜찮은 맛을 만들어냈다. 가성비 훌륭한 와인으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같은 오일리한 음식과 곁들였을 때 깔끔한 마무리를 도와준다. 산도는 중간 정도로 석회질을 통해서 나타나는 거친 토양의 맛이 약간 느껴진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꿀 향, 귤 향, 라임 향, 밤 향 등 와인이 주는 다양한 향이 즐거움을 준다. 1만7900원(할인가).
5 산테로, 피노 샤도네이 스푸만테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와인으로 샤도네이와 피노 블랑의 품종으로 만들었다. 달지 않은 과일 맛이 기분 좋게 퍼지고 청량감이 상당히 좋다. 햇살 좋은 봄날, 공원에 앉아 나른한 오후를 즐기면서 마시기에 뛰어나다. 피크닉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식전주로도 좋지만 샐러드, 샌드위치와 맛보아도 좋겠다. 2만3000원.
<출처 : singles>